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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16, 2020

[Mint] 고객 의견 30만번 듣고 빅맥 맛 확 바꿨죠 - 조선일보

simpangsiuur.blogspot.com
입력 2020.08.17 00:01

한국맥도날드 대표 앤토니 마티네즈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맥도날드 햄버거는 눅눅한 야채에 포장을 벗기면 힘없이 쓰러져 '싸구려 버거'라는 평을 받았다. 케첩의 산도(酸度)까지 따지는 입맛 까다로운 국내 버거 마니아들에게서 외면받아 맥도날드 햄버거를 향한 불평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이야기가 돌았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Min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Min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임원이 될 기회가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 3월 말, 이런 맥도날드 버거에 변화가 일어났다. 20~30대 햄버거 마니아를 중심으로 '맥도날드가 부활했다'는 반응이 유튜브 등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국맥도날드가 빅맥, 치즈버거 등 모든 메뉴를 대폭 개량해 시장에 내놓은 게 먹힌 것이다. 신메뉴를 출시한 지 사흘 만에 '맥도날드가 맛있다'는 소셜미디어 반응이 1만 건에 달해 불과 열흘 전보다 80배나 늘었다(소셜메트릭 집계).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출시 직후 한 달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고, 상반기 전체 매출도 9% 증가했다.

Mint가 호주 맥도날드 레스토랑의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출발해 한국맥도날드의 '부활'을 이끄는 자리에 오른 앤토니 마티네즈(35) 한국맥도날드 대표를 만났다. 5000원짜리 버거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맛있어졌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비결이 뭔가.

"2년이 걸린 '베스트버거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빅맥·치즈버거 등 핵심 인기 메뉴를 더 맛있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에 이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였고, 아시아에선 최초였다. 새로 바꾼 햄버거를 출시하자마자 소비자들이 변화를 알아채 내부에서도 깜짝 놀랐다."

앤토니 마티네즈
―새 햄버거 조리법은 어떻게 달라졌나.

"우선 햄버거 빵(번)을 따뜻한 상태에서 바로 글레이즈 코팅(광택 나는 소스 바르기)했다. 겉은 윤기가 흐르고 속은 뜨거운 열기를 보존하게 만들어 살짝 달콤하면서도 촉촉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치즈를 패티(patty)에 얹을 때는 치즈는 (냉장실 온도가 아닌) 실온과 비슷한 온도를 유지한다. 포장지를 벗길 때 치즈가 살짝 녹은 채 패티 위에 얹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양상추·토마토 등 조리대에 비치해두는 야채의 양은 줄여 신선도를 높였다. 또 핵심 메뉴인 빅맥은 소스를 50% 늘렸다."

―패티를 굽는 방법도 바꿨나.

"그렇다. 햄버거 패티를 구울 때 잘게 썬 양파를 함께 구웠다. 그랬더니 패티 풍미가 더 풍부해졌다. 그릴에 올리는 패티의 개수도 줄였다. 육즙이 더 풍부해졌다는 고객의 반응이 많아졌다."

―2년이나 걸린 이유는.

"서두르지 않고 되도록 많은 고객의 반응을 반영해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 (내가 오기 전인) 2018년 초부터 약 2년간 29만7766건에 달하는 고객 피드백을 모았다. 이를 꼼꼼히 모두 분석했다. 한국 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은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고 맛의 변화를 아주 예민하게 포착해낸다는 점이다. 앞서 베스트 버거 프로젝트를 진행한 3국 소비자 중 상당수는 이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러한 고객 특성을 토대로 더 좋은 재료를 원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반영해 새 레시피를 개발하다 보니 햄버거 번을 새로 개발하는 데만 약 1년이 걸렸다."

―조리법 말고 또 무엇을 바꿨나.

"새 조리법을 도입하려면 모든 걸 바꿔야 했다. 주방 조리 장비와 식기구 등도 일부 새로 확 바꿨다. 예를 들어, 신선한 야채를 자주 공수하기 위해 야채 보관통 사이즈를 줄였고, 더 많은 소스를 뿌리려 소스 분사기의 분사 방식도 개량했다. 직원들의 마음가짐도 바꿔야 했다."

빅맥
―구체적으로 무슨 마음가짐을 말하나.

"매장 크루, 매니저, 배달 직원 등 모두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1년간 마음가짐을 바꾸는 교육을 실시했다. 내부 직원들이 '새 햄버거가 맛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2년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 가족까지 대부분 호평을 해주니 직원들도 자신감이 붙어 더 적극적으로 고객 응대를 할 수 있었다."

―햄버거 시장 경쟁도 치열한데 누구를 경쟁자로 보는가.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시장 트렌드 변화가 무척 빠르다. 햄버거 마니아들조차 햄버거뿐 아니라 다른 선택지에 휙휙 눈을 돌린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퀵서비스 레스토랑뿐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 등도 경쟁자로 생각한다."

중학교때부터 '맥잡' 알바… 올초 한국 대표로 "꿈 이뤄"

마티네즈 대표는 중학교 시절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뗀 후 줄곧 맥도날드에서만 일하며 한국 대표까지 올랐다. 2008년 대학 졸업 후 호주 맥도날드 본사에 입사했고, 부동산 관리부터 시작해 입사 8년 만에 호주남부 총괄 디렉터로 고속 승진했고, 올해 초 한국맥도날드 대표에 취임했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는 서구권에서 종종 '맥잡(Mc. Job)'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시급이 낮고 미래가 불투명한 일자리라는 뜻을 담고 있는 멸칭(蔑稱)인데, 어린 시절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마티네즈 대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릴 적 소원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었고 하나는 맥도날드에 취직하는 것이었습니다. 15세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인생의 3분의 2를 맥도날드에서 보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가 무엇인지 물었다. "굳이 꼽는다면 쿼터 파운더 치즈버거입니다. 그런데 새로 내놓은 트리플 치즈버거에 살짝 마음을 빼앗기는 바람에 고르기가 참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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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6, 2020 at 10:0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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